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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은 사실 우문이다. 유망해 보이니까 도전하고 싶은 것이다.
실패할 것이 자명한대 도전 의식을 갖고 해보려는 사람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줄 서는 김치찌개 집을 보면 별 것 없어 보인다.
언제나 손님이 많은 삼겹살 집을 보면 단지 자리 때문처럼 보인다.
예약을 해야만 먹을 수 있는 한정식집도 솜씨 좋은 주방 덕분인 것 같다.
그런 만만함 때문에 창업에 더욱 갈망하게 되고, 시작도 하지 않았건만 성공이 그려지고,
다수가 실패한다는 외부 정보는 한낮 가치 없는 경구로 넘겨진다.

동일한 아이템이지만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실패했다.


그런데 실패한 사정은 별로 귀 기울여 지지 않는다. 왜? 나는 실패해서는 안되니까 그렇다.

실패하지 않을 거니까 그런 내용은 속된 말로 부정이 타는 이야기다.
태교에서 좋은 생각만 해야 하는 것처럼 성공한 결과물을 보고 그림을 그리기도 벅차고, 시간이 빠듯하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관심 있게 보는 아이템의 긍정성이다.
좋다. 이 점을 흔들고 싶지 않다. 다만 몇 가지만 물어보자.

첫째. 당신이 바라본 유망 아이템이 언제부터 줄 서는 가게였는지 아는가?
둘째. 조금 더 깊숙하게 오픈 초기와 중기 그리고 현재의 변천사를 꿰뚫을 수 있는가?
셋째. 재료비를 비롯한 고정비를 알고 있는가? 팔면 얼마나 남는 지 아는가?
넷째. 손님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까닭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가?

이런 기초적인 질문만 던져도 당장에 침묵할 것이다. 그럼 반대로 질문하자.

첫째. 그대로 베껴낼 자신이 있는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둘째. 손님에게 알려지기까지 한 두 달, 혹은 일 이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기다릴 수 있는가? 줄을 설 때까지...
이렇게 두 가지만 물어보아도 다시 당신은 침묵할 것이다.
당신의 침묵은 자신 없음이다. 생각해보니 지나친 전진이라고 반성할 것이다.
괜찮다. 그런 식의 반성은 얼마든지 좋다. 후회는 아니지 않는가.
차리고 나서 눈물 흘리고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고 싶은 것보다
현재 생각의 반성은 얼마나 손쉽고 편한가.

을지로에 가면 마늘 갈비살을 파는 곳이 있다. 1인분에 13,000원을 받는다.

저녁에 짧게 두바퀴만 돌려도 150만원은 가볍게 판다.
그것을 의정부 주택가로 가지고 가면 이길 수 있을까? 틀리다.
을지로는 직장인이 소비층이지만 의정부는 서민형 주민들이다.
을지로 골뱅이도 유명하다. 그런데 그 골뱅이 아이템을 다른 곳에 가져가면 고전한다.
평범한 호프집의 아주 노멀한 골뱅이보다도 매출이 별로다. 왜 그럴까?
그것은 그만큼 지역이 가져다 주는 먹거리의 특화다.
거기서나 먹을 수 있는 귀한 것일 때 더 맛있는 것이고, 즐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산자락 밑에 가면 고기집도 있고, 쌈밥집도 있고, 매운탕집도 있다.
백숙집도 있고, 오리집도 있고, 해장국집도 있다. 어떻게 찾아올 지 참 궁금스럽다.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신기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사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어라.. 이렇게 외지고, 찾기 힘든 곳에서도 장사를 하네.
맛도 별 특이한 것이 없는데 한두 가지는 조금 남다르군.
좋아. 이보다 좋은 자리에, 이보다 나은 구성으로 승부하면 나는 무조건 이길 수 있겠는데?’
괜찮다. 남들도 다 그런 마음으로 차린다. 그렇게 수업료를 치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두 번은 도전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단, 두 번 도전할 여지를 남겨두고 망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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