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촌에서 원룸촌으로… 서울 '신림동(現 대학동)'의 변신
고시생들 빠져나가 썰렁… 고시식당 대신 커피전문점
"5만여명이 북적거리던 고시촌이었는데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도입 후 반 토막이 났어요."
지난 16일 오후 서울 관악구 대학동 고시촌. 2학기 개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고시촌 거리는 한산했다. 건물 곳곳에는 '방 있습니다' '풀옵션 원룸' 등의 전단이 붙어 있었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자 한 달씩 식권을 끊는 고시생 손님을 주로 상대해 '고시식당'이라고 하는 식당 대신 분위기 좋은 커피 전문점과 음식점이 눈에 띄었다. 고시촌에서 지난 4년 동안 행정고시를 준비했다는 김상혁(27)씨는 "로스쿨제도가 도입된 이후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빠져나가면서 고시촌이 썰렁해졌다"며 "그 자리를 젊은 직장인들이 채워서 밤이 되면 여전히 북적거린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적 고시촌인 서울대 입구 '신림동 고시촌'이 변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된 이후 사법시험 준비생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전국고시원협회 측은 "(로스쿨 도입 전) 고시촌 인구는 5만여명에 달했고 고시원 450여개가 모두 만원이었다"며 "지금은 공실률이 20~40%에 육박해 고시원 일부가 원룸으로 업종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 강남에서 서울대 부근 대학동으로 이사 왔다는 회사원 이모(30)씨는 "고시촌 원룸 월세 가격이 강남권보다 30여만원 저렴한 40만원 수준이어서 옮겼다"며 "출·퇴근시간에 직장인을 자주 볼 수 있다"고 했다.
상권도 변했다. 20년이 넘도록 고시촌 입구 쪽에서 영업하던 고시 전문 서점 '상원서적'은 지난달 매장 문을 닫고 온라인 서점으로 전환했다. 한 고시생은 "얼마 전 한 고시 식당이 문을 닫은 자리에 커피 전문점이 들어섰다"며 "요즘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와 음식점이 너무 늘어나 마치 신촌이나 홍대 앞 같은 분위기가 난다"고 했다. 관악경찰서 정보계는 "지난해부터 고시촌 일대에 술집, 음식점 등이 많이 들어서면서 일대가 유흥가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고시생들이 떠난 고시촌에 외국인 노동자 등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슬럼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최근 일용직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값이 내려간 고시원 등을 찾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고시촌에서 7년간 살았다는 주민 한모(47)씨는 "고시 장수생들이 머물던 저렴한 고시촌 뒤편 달동네에 외국인 노동자가 하나둘씩 들어오고 있다"며 "이런 경향이 계속되면 치안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출처 : 양모듬 기자 modyssey@chso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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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하는 녹두거리 상권이 로스쿨이 생기면서 변모하고있네요
언제나 상권에 나가도 늘 고시생들로 북적거렸던 거리가 내년,후년쯤엔 또 다른 모습이 되어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