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커피를 가까이 두게 되는 계절이다. 특유의 맛과 향으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커피는 사실 구강건강에는 반갑지 않은 식품이다.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면 치아 변색과 부식, 충치, 치주질환, 입 냄새 등으로 고생하게 된다.
커피는 만드는 방식과 첨가물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커피 종류별로 구강건강에 약간씩 다른 영향을 끼치므로 각자 좋아하는 커피에 따라 조심해야 할 부분도 달라진다. 커피가 구강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목동중앙치과병원 변욱 병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아메리카노, 검정 색소가 치아 착색 유발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든 커피인 아메리카노는 설탕이나 프림 같은 첨가물이 없어 구강에 덜 해로울 것 같지만 치아 변색과 입냄새에 주의해야 한다. 치아는 육안으로 볼 때는 매끄러워 보여도 현미경으로 보면 치아 표면에 미세한 구멍이 깊숙이 나 있다.
쓰고 떫은 맛을 내는 탄닌 성분의 검정 색소가 구강 내에 남아있는 단백질과 결합해 이 미세한 구멍에 들어가 치아 안쪽 층에 착색된다.
또한 커피는 신맛을 내기도 하는데 이 신맛은 입 냄새를 유발한다. 커피를 반복적으로 마셔 입 안이 약산성인 상태가 지속되면 구취 박테리아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산성은 구취 박테리아가 좋아하는 환경이다. 탄닌 역시 박테리아들이 활동하기에 적당한 환경을 만든다. 탄닌이 침 분비를 억제하고, 향균 작용을 하는 침의 분비가 줄어들면 박테리아가 늘어나 구취의 주요 원인인 황화수소를 배출한다. 카페인 성분 역시 입안을 건조하게 해 입 냄새의 원인이 된다.
#카페라테, 부드러운 우유가 입냄새 유발
커피에 우유를 넣은 카페라테는 아메리카노보다 부드럽고 덜 쓰다. 카페라테 속 우유가 탄닌의 작용을 완화해 착색 위험은 아메리카노보다 덜 하다. 하지만 우유의 단백질이 입 냄새를 일으킨다.
단백질은 질소와 유황성분을 가지고 있어서 부패하면 역한 냄새가 난다. 고기를 먹고 입 냄새가 나는 것도 단백질 성분 때문이다. 단백질의 분해과정에서 황화합물을 배출, 입 냄새가 강해진다.
#카라멜마키아또, 달콤한 카라멜이 충치 유발
에스프레소에 우유 거품을 얹은 뒤 카라멜로 장식한 카라멜마키아또는 커피의 쓴 맛과 우유거품의 부드러움, 카라멜의 달콤한 맛이 어우러진 커피다.
여기에 들어가는 카라멜은 건강한 치아의 ‘적’이다. 당도가 높은 식품은 치석을 쌓이게 하고 충치를 유발한다.
카라멜은 당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끈적끈적해 치아에 오래 들러붙어 있기 때문에 치아를 더욱 썩게 한다. 구강 세균은 치아 뿐만 아니라 잇몸에도 침투해 치주질환도 일으킨다.
이밖에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인스턴트커피와 곳곳에 놓여있는 자판기 커피도 충치와 입 냄새를 유발한다. 종이컵의 3분의 2 정도로 일반커피보다 양은 적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프림과 설탕 양은 일반커피 못지않다.
#어느 커피든 30분 이내로 마시고 물양치 하세요
이처럼 여러 커피는 종류별로 치아 착색, 입냄새, 충치 등을 유발하지만 기호식품이 주는 장점도 많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끊기는 힘들다.
대신 커피가 치아에 주는 해를 최소화할 방법은 있다. 먼저 커피를 마신 직후에는 입을 헹궈주는 ‘물 양치’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커피를 마신 직후에는 구강 내가 약산성 상태이므로 양치질을 세게 하면 되레 치아의 맨 바깥층인 에나멜 층이 손상될 우려가 있다.
커피 마신 직후에는 물양치를 하고 15분 쯤 지난 뒤 양치질을 하는 것이 좋다. 물 양치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무설탕 껌을 씹어 입안의 산도를 낮춰 준다.
커피 안에는 되도록 설탕과 프림을 적게 넣거나 빼는 것이 충치와 잇몸병, 입 냄새 예방에 효과적이다. 또 커피 마시는 횟수를 점차 줄여나가고 한 번 마실 때 30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